사진/ CNN (President Donald Trump holds up a chart while speaking during a “Liberation Day” trade announcement on April 2. Chip Somodevilla/Getty Images)
미국 국제무역법원(US Court of International Trade)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관세 정책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리며,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전략 전반이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됐다. 이번 판결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통상 수단인 보편적 10% 관세, ‘해방의 날(Liberation Day)’ 관세, 그리고 펜타닐 수입 차단용 글로벌 관세등이 법적으로 무력화될 위기에 처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전략에서 “세 다리 의자” 중 하나로 묘사되어 왔다. 관세, 감세, 지출 삭감이라는 세 가지 축으로 구성된 경제 구조에서, 이번 판결은 한쪽 다리를 날려버린 셈이 됐다.
긴급 경제 권한 근거 ‘불충분’ 판결… 행정부는 항소 예정
이번 판결은 트럼프 행정부가 긴급 경제 권한(emergency economic powers)을 근거로 관세를 부과한 것에 대해 법원이 법적 근거 부족을 들어 제동을 걸었다. 이에 대해 행정부는 즉각 항소에 착수했으며, 필요할 경우 연방 대법원까지 갈 계획임을 밝혔다. 긴급 중지(stay) 명령도 신청한 상태다.
화이트하우스 관계자는 CNN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그동안 법원 판결을 정면 돌파해왔으며, 이번에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정책 고수 의지를 재확인했다.
무역 협상 불확실성 가중… 국제 신뢰도 흔들
이 판결은 미국의 무역 협상 전략에도 상당한 타격을 입힐 전망이다. 특히 영국, 중국 등과의 양자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터진 이번 판결은, 상대국들의 관망세 유도로 협상 일정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외교 소식통은 CNN과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협상 속도를 유지하려 하지만, 무역 파트너들 입장에선 이 판결의 영향을 지켜보려 할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 1,500억 달러에 달하는 관세 수익을 활용해, 대규모 감세안과 지출 삭감안을 상호 보완적으로 추진해왔다. 그러나 관세 수익의 법적 불확실성이 커지자, 공화당 내 재정 보수파들도 감세안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트럼프의 감세안은 약 4조 달러 규모이며, 그 중 메디케이드 예산 1조 달러 삭감 등 논란의 조항도 포함돼 있다. 전기차 기업 CEO 일론 머스크도 이번 주 “이 법안은 국가 부채를 악화시키며, 비용 절감과 정면 충돌한다”며 비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법적 대응과 동시에, 다른 관세 권한을 활용한 대안 마련에도 착수했다. 대표적으로 **무역확장법 232조(Section 232)**를 통한 관세 부과는 이번 판결의 영향을 받지 않으며, 철강·알루미늄·자동차 등에 이미 활용된 바 있다. 122조와 301조도 고려 대상이며, 특히 122조는 최대 150일간 긴급 관세 부과가 가능하다.
하지만 301조는 무역 상대국 조사가 선행되어야 하므로, 시간이 더 소요될 수 있다. 골드만삭스의 알렉 필립스는 “10% 보편관세를 122조 관세로 대체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판결은 미국 기업과 금융시장에도 예측 불가능성을 더하고 있다. 예일대학교 예산연구소의 어니 테데스키는 “이번 판결은 관세가 완전히 폐지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하며, 시장 혼란을 가속화한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일관성 부족은 이미 오랜 문제로 지적돼 왔으며, 이번 사건은 그 불확실성을 더욱 가중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게리 클라이드 허프바우어는 “이번 판결은 마치 두더지잡기(Whac-a-Mole) 게임처럼, 하나를 막으면 다른 수단이 튀어나오는 복잡한 정책 현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경제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미국의 통상 구조에 중대한 영향을 미쳐왔으며, 이번 판결로 인해 새로운 법적·정치적 분수령에 도달하게 됐다”며 “향후 항소 결과와 대체 수단이 어떤 방향으로 작동할지 주목된다”고 분석하고 있다.
안미향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