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National Conference of State Legislatures
인공지능(AI)이 일상과 정부 서비스 전반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가운데 텍사스주 의회가 AI 활용에 대한 규제 법안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하원에서 통과된 HB 149 법안은 최근 상원 상무·상업위원회를 통과했으며, 향후 본회의 표결만을 남겨두고 있다.
이 법안은 공화당 소속 지오반니 카프리글리오네(Conroe) 하원의원이 발의하고, 찰스 슈베르트너(Georgetown) 상원의원이 상원에서 주도했다. 법안은 “혁신을 보장하면서도 국민을 보호할 가드레일을 만든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법안의 주요 조항은 다음과 같다:
주정부 웹사이트에서 AI와 상호작용할 경우 반드시 고지
안면·홍채·지문·음성 등 생체정보를 당사자 동의 없이 수집 금지
심리적 조작 목적의 AI 개발 및 차별적 알고리즘 금지
AI 이용 아동 성 착취물, 자해·폭력 유도 콘텐츠 생성 금지
정치 콘텐츠 접근 차단 등 표현의 자유 침해 행위 제한
정부기관의 ‘사회 점수’ 평가 시스템 사용 금지
법안 시행 시, 텍사스 법무장관실이 규제 집행 책임을 맡게 되며, 신고 포털이 운영되어 시민이 위반 사례를 접수할 수 있다. 위반 시 최대 10만 달러의 민사 벌금이 부과된다.
또한, ‘텍사스 AI 위원회’가 신설되어 주정부 전반의 AI 활용 현황을 감독하고 입법 제안, 혁신 저해 요소 분석 등을 수행하게 된다. 법안에는 25백만 달러의 예산과 20명의 전담 인력 확보도 포함되어 있다.
법안을 지지하는 시민단체들은 “AI의 위험이 단순한 공상과학이 아닌 실질적 피해를 낳고 있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EFF-오스틴 대표 케빈 웰치는 “이 법은 터미네이터 시나리오가 아닌 실제 해악에 초점을 맞췄다”고 평가했다.
반면, 소송 제기 권리(Private Right of Action)가 배제된 점에 대해 우려도 나온다. 웰치는 “실제로 시민이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낼 수 없다는 점에서, 법안이 진짜 보호 기능을 할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업계 역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UT 오스틴의 셰리 그린버그 교수는 “정부 AI 규제는 비교적 수용되지만, 민간 분야 규제는 기업들이 ‘혁신 억제’로 받아들이기 쉽다”고 분석했다.
현재 미국 내 거의 모든 주가 AI 관련 입법을 추진 중이며, 텍사스는 콜로라도주법을 모델로 삼았다. 해당 법은 교육, 금융, 의료, 법률 등 민감 분야에서 AI가 차별을 야기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 법안은 텍사스주가 2023년 구성한 ‘AI 및 신기술 특별위원회’의 권고를 반영한 것으로, ▲AI 윤리 교육 ▲정부 시스템 연례 감사 ▲AI 샌드박스 제도 도입 등이 제안되었다.
한편, 연방 차원의 대응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2025년 연방 예산조정안 초안에는 ‘주 차원의 AI 법안 10년 유예 조항’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어, HB 149와 같은 주 법률의 시행이 연방법에 의해 무산될 우려도 나온다.
안미향 기자 [email protected]